경제학의 핵심 개념과 이론을 이야기하고
경제 문제의 본질을 파헤친다!
경제학은 오늘날까지 인간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일상적인 예시와 주요 사건을 토대로 경제학의 흐름을 읽는다!
역사 속 경제사상은 세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비판했을까?
인간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을까? 생존에 필요한 옷과 음식, 집을 어떻게 찾아내거나 생산했으며 그것들을 어떻게 나누어 가졌을까? 이러한 질문은 인간의 역사가 곧 경제활동의 발전 과정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첫 번째 경제 혁명인 농업이 시작되면서 일정한 크기의 땅에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복합경제를 갖춘 문명이 생겨났고, 사람들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리스 최초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신이 인간이 먹을 음식을 계속 숨기신다’라고 썼는데, 희소성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사상을 처음 탐구한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였다. 그들은 삶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오늘날까지 우리가 씨름하는 문제이다. 인간 사회가 잘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람들이 행복과 만족을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람을 진정으로 번영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경제학이 시작되었다.
로마 제국이 몰락한 후에는 기독교 수도사가 경제사상을 발전시켰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은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였다. 중세의 경제생활은 주로 지역에서 이루어졌고 돈보다 종교와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하는 유대 관계가 중심이었고, 성직자들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가 절도와 같다고 여겼다. 한편 유럽에서는 인구가 증가하고 새로운 기구가 발명되어 농산물과 가공품 생산이 늘어났으며 마을공동체 간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금융도 번성했다.
16세기 말부터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가 대외무역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면서 사상가들은 중세의 종교에서 이성과 과학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중상주의자로 불렸는데, 도덕보다 자원과 돈을 강조했으며 부를 추구하는 행위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지 아닌지를 걱정하지 않았다. 한편 18세기 프랑스에서는 경제적 가치의 원천을 농업으로 여긴 중농주의자가 등장해 장인과 상인에게 특권을 주는 경제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이후 강력한 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유럽의 산업혁명은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꿔놓았지만 노동 문제, 사회적 불평등, 인구 과잉 등 수많은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야기했다. 몇몇 사람은 부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가난한 사람이 많았으며,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지만 생활환경은 암울했다.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무자비한 경제의 희생양이 늘어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새로운 세상을 제안하거나 공동체를 실험하는 사상가들이 나타났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에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연방이 탄생했고, 이후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속속 자국의 정치적 통제권을 되찾았다. 그러는 중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더 격렬해졌다. 또한 1930년대의 대공황이 세계 경제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20세기 경제정책 사상의 거두인 케인스의 이론이 확립되었고 정부의 시장 개입에 따른 경제 발전의 여러 사례가 수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중동의 정치적 위기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받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대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신중함을 버린 무모한 자본주의가 낳은 결과였다.
이처럼 이 책은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제활동을 개괄하면서 각 장마다 일상적인 예시를 들어 경제학에서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게 해준다. 제번스가 제시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캐러멜을 하나씩 더 먹을 때마다 느끼는 만족감을, 피구가 창시한 ‘후생경제학’은 이웃집의 시끄러운 트럼펫 연주자를, 케인스가 말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은 욕조에 물 채우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경제학이 던지는 크고 작은 질문과 그 해법들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만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사익 추구와 좋은 사회가 양립할 수 있는가?’였다. 애덤 스미스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때 사회가 잘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항상 서로에게 잘해주려 애쓰기보다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결국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다른 무엇보다 시장을 우선해야 하며, 정부는 가능한 한 개입을 줄이고 기업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은 경제학이 던지는 크고 작은 질문이 큰 줄기를 이루면서 그 해법을 하나하나 이해해나가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생일에 20파운드를 받았다면 어디에 쓸 것인지 어떻게 결정할까?’ ‘왜 어떤 사람은 신경 써서 돈을 저축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반려견에게 대궐 같은 집을 사주는 데 돈을 물 쓰듯 할까?’부터 그 범위를 좀 더 넓혀 ‘새로 생겨난 부는 노동자와 고용주에게 각각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 ‘자본가가 얻는 이익은 어디에서 올까?’,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사람들의 욕구는 어디서 생겨날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왜 자유가 파괴될까?’ 등과 같이.
사실 수학이나 문학과 비교하면 경제학은 상대적으로 신생 학문이다. 그리고 경제학의 많은 부분이 자본가에게 중요한 대상인 구매, 판매, 가격 등을 다룬다. 이 책의 많은 부분도 그런 경제학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나타났던 경제사상도 살펴본다.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살펴보고, 경제 자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알아본다.
더욱이 오늘날 경제학은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인간의 행동 이론, 경매 이론 설계,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을 포함해 사법 체계, 테러리즘, 심지어 양치질과 일본의 스모 경기까지 경제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매우 바람직한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학자가 많다. 경제학이 인간의 온갖 행동을 설명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분석 기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880년대에 독일어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경제학의 정수를 찾는 싸움이 벌어졌다. 경제학은 무엇보다 역사와 구체적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과, 관념적인 이론을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이었다. 결국 양쪽 생각에 모두 일리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 후부터 경제학은 사실의 세계와 이론의 세계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경제학이 발전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통계를 샅샅이 훑는 경제학자보다 새로운 이론을 정립한 경제학자가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경제학자는 수학과 사랑에 빠졌고, 경제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일반적 개념에 기반을 둔 온갖 정교한 이론을 정립하는 데 수학을 사용했다. 물론 모두가 여기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도 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이 연구하는 주제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으며, 경제와 관련해 진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탐구하기보다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게임이 되어버렸다고 불평한다.
1억 명의 여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폭넓은 주제와 흥미로운 사실, 그리고 경제학을 읽는 즐거움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고, 산더미 같은 지루한 통계가 떠오른다. 그렇지만 실제로 경제학은 사람이 생존하고, 건강하게 살고, 교육받는 방법을 찾는 걸 돕는 학문이다.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 왜 누군가는 그것을 얻을 수 없는지 연구한다. 만일 경제학이 던지는 기본적인 질문만 풀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경제학에도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1990년대 초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전 세계에서 1억 명의 여성이 사라졌다면서 경제가 여성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단의 경제학자들이 여성주의와 경제학을 결합했다. 여성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여성 차별은 여성이 사회자원의 정당한 몫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그러한 차별이 존재했다. 무보수 노동의 가치가 외면되고, 집에 있는 여성을 일하지 않는 사람(비생산적인 가정주부)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가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은 경제가 서로 다른 사람을 실제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빅 푸시 정책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한국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한국 정부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은 ‘재벌’에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라고 지시하며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준 뒤 외국 기업과의 경쟁력을 갖춰 수출을 독려한 결과 놀라운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빅 푸시 정책이 실패했는데, 한국이 남달랐던 부분은 신규 산업이 타성에 젖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확인했다는 점을 꼽았다.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은 경제학자에게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는 과학자처럼 세상을 설명하지만 주변의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연민의 정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외에도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하나 더 꼽는다.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 자신의 관심사만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적인 방식 너머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 경제학의 역사를 공부하면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과거의 경제사상가들이 당시의 환경 속에서 고유한 관심사를 어떻게 사상으로 발전시켰는지 배움으로써 우리 또한 현재 처한 환경에서 관심의 대상에 관한 생각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사상과 역사를 함께 살피는 일은 대단히 흥미롭고, 또한 더 많은 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난 여러 경제학자는 각자 살았던 시대가 마주한 문제에 대응해 서로 다른 이론을 내놓았다. 경제학에는 수학처럼 영원히 옳기만 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 역사 속 학자들이 내놓은 각기 다른 답을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영감을 얻어 극심한 불평등이든 금융위기든, 혹은 지구 온난화 문제든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내놓을 수 있다. 올바른 답을 얻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기회를 얻을 것이고, 잘못된 답을 얻는다면 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것이다. 필요한 음식과 의약품을 구하지 못하면 사망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이것은 전문 경제학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과제라고 이 책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