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문학가와 예술가가 가장 사랑하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담아낸 21세기 가장 중요한 동시대 작가들의 목소리
무언가를 읽거나 듣거나 아름다운 창작물을 보면 아주 잠깐 우리 눈이 열립니다. 그러곤 곧 도로 닫히죠. 하지만 그 경험은 성스러운 경험이라 할 수 있어요. 그 경외감이 삶의 모든 순간을 물들이니까. 우리가 아주 잠깐 엿봤을지라도 그 진실을 완전히 잊지는 못하니까요. ― 91면, 조지 손더스 대담.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등 당대 거장 작가들이 모여들었던 주요한 장소이자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문화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은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바로 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대화 중 최고의 인터뷰를 엄선한 대담집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 수상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공쿠르상 수상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제스민 워드, 맨부커상 수상 작가 말런 제임스, 그리고 레이철 커스크,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 등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소설가부터 제니 장, 클레어루이즈 베넷 등 오늘날 촉망받는 신진 작가까지, 21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여기에 카를로 로벨리, 제프 다이어, 올리비아 랭 등 논픽션을 다루는 작가들이 포함되어 주제와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한다. 스무 명의 작가들의 스무 편의 작품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인터뷰집은 쓰기와 예술, 진솔한 삶에 관한 깊이 있고 진지하며, 때로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생기 넘치는 대담들과 함께 페미니즘, 인종 차별, 계급 및 정체성과 같은 동시대 주요 담론에 관한 빛나는 통찰을 엿볼 수 있으며, 창작의 슬럼프, 고독과 트라우마, 비밀스러운 감정과 농담과 같은 내밀한 대화의 순간까지 담아내 동시대성을 세심하게 비추는 특별한 작품집이다.
문학과 자아, 시간과 삶, 여성과 예술, 계급과 정체성
감정과 비밀, 고독과 트라우마, 농담과 슬픔을 아우르는 대담집
어떤 예술가든 자기가 뭔가에 대한 해답을 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작품은 수난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좋은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31면, 퍼시벌 에버렛 대담
작가들은 〈쓰기와 창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정체성〉에 관한 실험적인 작품 『나는 시드니 포이티어가 아니다』를 쓴 퍼시벌 에버렛은 소설을 쓸 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매번 그 과정과 형식을 재창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나의 투쟁』을 쓴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에게 쓰기란 〈삶을 직면하는 일〉이며, 자기 자신의 수치와 대면하는 공간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일이다. 『위민 토킹』의 미리엄 테이브스는 종교의 내적인 폭력성을 고발하며,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되돌려준다. 『키르케』를 쓴 매들린 밀러에게 소설이란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인물의 목소리를 발굴해 내 신화를 창조적으로 다시 쓰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창작자들이 〈인간〉을 만들어 낼 때는 어떤 고민을 할까?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쓴 콜슨 화이트헤드는 〈이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인물이 행동을 하게 되는〉 지점, 변화구를 줄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일까를 질문한다.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를 쓴 제스민 워드는 인물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최대한 복잡하고 인간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며, 어떤 한 개인도 〈트라우마〉로 축소되지 않을 수 있도록 다면적으로 조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이 작품은 〈부르주아 계급의 문화〉, 〈말년의 양식〉, 〈힙스터 문화〉 등 다양한 문화적 주제를 아우르며, 동시대 스무 명의 작가들이 스무 가지 작품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애독자에게는 궁금했던 소설가의 작품 세계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작가나 작품을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겸한 훌륭한 진입로가 되어 준다.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촉망받는 신진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 세계도 엿볼 수 있으며, 로베르토 볼라뇨, 마크 피셔, 실라 헤티 등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또 다른 작가들까지 살펴보며 풍부한 레퍼런스를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이들과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 모두에게 작가로 살아가는 일과 쓰기와 읽기에 관한 반짝이는 영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예술과 세계, 인간의 욕망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까지 담겨 시간이 흘러도 언제고 다시 펼쳐 보며 빛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대담집이다.
세상의 모든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향한 찬사이자 헌사
나는 서점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공원처럼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공유 공간을 지켜 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믿어 의심치 않는다. ― 17면, 실비아 휘트먼 소개 글
「비포 선셋」, 「미드나이트 인 파리」의 배경지로도 등장하며, 파리의 관광 명소이기도 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가들에게 머물 곳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종 낭독회와 행사들로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며 실질적인 유대를 제공하는 장소이자 실천적인 공간 그 자체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서문을 쓴 서점의 운영자 실비아 휘트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장소의 중요성, 사람들을 한데 불러 모아 문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가는 〈연결감〉과 〈유대감〉을 강조한다. 이 책은 공원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유 공간〉을 확장해 나가는 일, 실천적인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 그리고 작가와 독자와 문학과 예술을 연결하는 업(業)을 향한 헌사이자 찬사이다. 또한 미래의 책과 작가, 독자 들이 〈함께〉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며 그들 모두에게 따스하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행사라는 〈해프닝〉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서로 교감하며, 그 교감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야말로 〈연결〉이 줄 수 있는 빛나는 지점이라고 운영자 휘트먼은 말한다. 그의 바람대로, 시대와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선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파리 서점의 한 공간에 자리해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여해 나란히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삶을 비추어 보며 〈컴퍼니〉의 한 일원이 된 듯한 특별한 유대감을 선물받을 수 있다. 책, 그리고 책과 연결된 공간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집은 이렇게 손을 흔들 것이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친구들, 누구나 환영!〉